시론
‘친북좌빨’의 호소
요즘 진보라는 이름을 내걸고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행태가 몹시 역겹습니다. 저는 ‘수구꼴통’ 집단이 폭력과 패악을 저지르며 몰상식하고 파렴치한 행위를 일삼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보수극우 세력이 위장전입과 대리투표를 능사로 여기고 당비대납과 회계부정을 감행하는 줄 알았고요. 그런데 진보적 정당을 이끌어온 세력이 당내 선거과정에서 이러한 온갖 추태와 비리를 저지른 게 드러났습니다. 진보를 내세우는 정치인의 권위의식도 못마땅합니다. 서민을 대변한다는 정당 소속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단 지 기껏 며칠 지난 사람이 “감히 국회의원한테 개기냐”는 투로 말했다니 믿어지지 않습니다.
더구나 제가 공개적으로 추천하고 지지했던 사람인데 말이지요. 국회에 몇 년 몸담게 되면 얼마나 권위적으로 변할지 참 딱합니다. 진보를 앞세우거나 자처하는 것은 쉬워도 진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거듭 느낍니다. 새누리당과 보수극우언론이 사실을 과장하고 왜곡하며 이들을 종북주의자들로 몰고 가는 짓거리는 가증스럽지만, 북한에 관한 이들의 언행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인권탄압이나 3대 세습까지 옹호하고 지지하며 무턱대고 추종하는 ‘종북’은 민주나 진보와 어울리지 않으며 자주나 평화와도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물론 ‘친북’은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모든 사람들의 의무가 돼야합니다. 전쟁불사를 외치며 무력통일을 이루는 게 좋다면 당연히 북한을 적으로 삼는 ‘반북’을 앞세워야겠지만, 화해협력을 통한 평화통일이 바람직하다면 북한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친북’을 내세우는 게 지극히 당연하니까요. ‘반북’으로 화해협력을 이끌 수 없고, ‘친북’ 없이 평화통일을 이룰 수 없으리라는 뜻입니다.
저는 이른바 ‘친북좌빨’로 불리며 평화와 통일을 위한 운동에 발을 담가온 사람으로서 간절하게 호소합니다. 당신들이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탠 유권자로서 공개적으로 부탁합니다. 제발 물러나 주십시오. 북한에 대한 인식 때문이 아니라 선거 과정에서 온갖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며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과 가치를 훼손했기 때문입니다. 당신들의 사퇴는 새누리당과 보수극우 언론의 억지와 횡포에 굴복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들은 색깔논쟁의 먹잇감을 놓치기 아쉬워 당신들이 꿋꿋하게 버텨주기를 은근히 기대할 테니까요. 군사독재와 반공문화의 영향 아래서 온갖 탄압을 이겨내며 자리잡아온 진보 정당이 죽지 않도록 물러나기 바랍니다. 민주와 자주 그리고 평화와 통일 등의 가치를 숭고하게 지키고 키워온 진보 세력이 더 이상 좌절과 실의에 빠지지 않도록 사퇴하기 바랍니다. 군사독재에 빌붙어 자유와 인권을 탄압하고 훼손시켜온 사람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국가관을 들먹거리며 사상검증을 하겠다고 날뛰는 희극을 연출하지 않도록 물러나기 바랍니다. 나아가 이명박 정권의 온갖 비리와 부패가 묻히고 잊히며 12월 대선을 통해 유신독재가 부활되지 않도록 사퇴해주기 바랍니다. 이재봉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 평화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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