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림의 이야기 정거장 '뮤지컬 백범 김구'
최송림의 이야기 정거장 '뮤지컬 백범 김구'
본지에 실린 ‘6‧25 동족상잔 70년 통일연극시리즈’ 희곡 <색동 가죽신> 연재가 거의 마무리되어갈 무렵 <뮤지컬 백범 김구>(류중열 연출) 공연이 막을 올렸다. 이 또한 필자의 작품으로 2009년 백범 서거 60주년 추모 첫 공연(初演) 후 10여 년 넘게 군부대를 비롯, 여러 지역에서 꾸준히 관객을 만나왔다.
2017년엔 중국 상하이 해외공연까지 예정됐으나 돌림병으로 무산됐던 적도 있다. 올해는 충남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2020 구석구석 찾아가는 마중 콘서트’라는 명패를 달고 7월 15일 부여여고를 시작으로 마지막 8월 5일 공주 금성여고까지 10여개 충남지역 중고등학교 순회공연을 펼친다. ‘코로나19’라는 어려운 공연환경에 굴하지 않고 학생관객들은 무대를 무척 반기며 모처럼 뮤지컬 구경을 즐겼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가장 우러러보고 존경하는 역사인물은 아마도 ‘백범 김구’가 손꼽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더욱 이번 학교순회공연의 의미가 남다른지 모른다. 요컨대 6‧25 동족상잔 70년을 기념하자는 게 아니라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도 그렇다.
남북분단에 맞서 삼팔선을 베개 삼아 드러눕겠다던 백범 김구가 아니던가?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나 광복의 기쁨을 채 누리기도 전에 갈라졌고, 뒤이은 한국전쟁 발발로 한반도는 그야말로 초토화가 됐다. 동족상잔이 낳은 그 민족적인 아픔과 상처는 ‘종전’이 아니라 ‘휴전’으로 현재진행형이다. 2차 세계대전 후 독일처럼 전범국인 일본이 두 동강 나야지 왜 우리가 남북으로 갈라져야 했던가? 우리 한반도는 모양새부터 ‘토끼’가 아니라 ‘호랑이’이며 하나로 똘똘 뭉친 대륙의 남성기라는데 말이다.
이번 공연에선 타이틀 롤 주인공 김구 역은 안병경 배우(사진, 총연습 후 김구 양쪽으로 작가와 연출을 위시해 김명중 ‧ 강대식 연기자 외 스태프 여러분들)가 맡았다. 그는 영화나 TV는 물론 연극무대에서도 얼굴이 잘 알려진 정상급 연기파로서 ‘문화강성대국 백범 사랑’도 그만큼 크리라 본다.
그동안 김구 역을 거쳐 간 배우만도 김종구, 강승원, 최효상, 조정두 배우를 포함해 헤아릴 정도로 꽤 된다. 작년엔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라는 간판을 걸고 국가지원금도 받으며 서로 경쟁하듯 여기저기서 많이 기념무대를 뽐내던데 올해는 조용하다. 아무쪼록 ‘남들이 안 할 때 우리가 한다’는 연극정신으로 어우러져 열정의 불꽃을 지피고 활활 타오르게 하는 공연 참여자들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호주머니는 비록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늘 부자인 연극동지로서 한층 빛나 보이는 것이다.
요즘처럼 ‘영웅’이 그리운 계절도 일찍이 없었다. 지구촌 전체가 참다운 지도자 부재 현상이다 싶을 정도로 왠지 불안하다. 이러다가 행여 사이비종교집단의 황당한 외침처럼 지구 파탄과 종말이 오는 건 아닐까? 코로나 같은 신종 바이러스까지 확대 재생산 되듯 유행하고, 강대국들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 이해관계가 국제사회를 마구 헝클어놓는 가운데 우리네 남북관계마저 냉각기다.
이럴 때일수록 뮤지컬 백범 김구 공연에 담은 염원은 더욱 확실해진다. 모름지기 남북화해의 작은 물꼬라도 트는 한 톨 평화 씨앗의 무대가 됐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나 된 조국 남북통일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던 백범이 아니던가! 통일의 해법을 백범정신으로 풀어내는 남북통일의 메시아, 한반도 영웅은 언제쯤 우리에게 나타날 것인가?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세 번째도, ‘내 소원은 우리나라의 완전한 자주독립’이라고 부르짖으며, ‘백’은 백정에서 따온 거고 ‘범’은 평범한 사람이라는 뜻이라던 백범 김구선생 같은 우리네 서민들의 진짜배기 민족 영웅이 세월 따라 한없이 그리운 요즘이다. 글/최송림(본지 논설위원,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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