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도지사, 추사 김정희 역으로 배우 데뷔?
김 지사는 지난 25일 오후 5시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열린 ‘추사, 디지로그’에 말년의 추사 역을 맡은
배우로 특별 출연했다.
김 지사, “앞으로 자주 해보고 싶은데 기회가 또 올지 모르겠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조선 후기의 대표 문인 ‘추사 김정희’로 깜짝 변신해 관객을 사로잡았다. 김 지사는 지난 25일 오후 5시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열린 ‘추사, 디지로그’ 공연에 말년의 추사 역을 맡은 배우로 특별 출연했다. 이번 공연은 추사의 작품을 전통음악, 춤, 첨단 영상으로 융합해 표현한 작품이다. 아날로그적인 요소와 3D 첨단 영상의 디지털 장비가 결합돼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는 평이다.
한뫼국악예술단에서 2006년부터 진행돼 온 공연으로 이번이 8번째 무대인데 김 지사를 캐스팅한 점이 색다른 기획으로 돋보였다. 김 지사는 공연 시작에 앞서 분장하고 리허설을 진행하는 동안 금세 배우로 몰입됐다. ‘세한도’ 발문 낭독 연습을 하며 목소리는 어떻게 낼지, 시선은 어느 쪽에 둘지, 걸음걸이는 어떻게 할지 오은명 단장 등 주변 관계자들과 의견을 조율했다. 나이든 추사 김정희의 모습이 어둠 속에서 서서히 또렷해진다. 구성지면서도 처량한 국악 가락이 깔리면서 1분 정도 침묵이 흐른다. 아스라하게 들리는 바람소리가 제주 바닷가를 연상시킨다. “바다 건너 초췌하고 달 밝은 밤… 나의 제자 우선이여. 자네는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귀한 책을 보내주었구나. 천리만리 머나먼 곳에서 이 귀한 책을 구한 것이구나. 날이 추워진 다음에야 소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안다고 했던가? 태사공이 말하기를 권세와 이익으로 만난 자는 권세와 이익이 다하면 사귐도 멀어진다 하였다. ……(후략)” 짙은 분장으로 평소의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망건과 두루마기 복식을 한 조선 선비의 모습이 의외로 잘 어울린다. 낭독에 앞서 무대에 오르며 뱉어낸 병색이 완연한 기침소리는 아주 오래 전부터 연기 활동을 해온 배우 뺨치는 포스가 묻어난다. 게다가 김 지사의 목소리는 추사와 닮은 기개와 강직성을, 한편으론 귀양살이의 애잔함과 고독함을 절절하게 표현한다. 김 지사의 배우 등용은 대성공이었다. 이는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반응에서도 쉽게 감지됐다. 관객 김미진(34, 서울)씨는 “처음이라 자칫 실수를 할 수도 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특히 김문수 지사 특유의 탁음이 정말 잘 어울렸다”고 찬사를 보냈다. 김 지사는 이런 반응에 대해 “떨린다기보다는 처음 해봐 잘 모르기 때문에 용감하게 한 것이다”며 “의미도 있고 앞으로 자주 해보고 싶은데 기회가 올지 모르겠다”고 차기 작품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무대에 오른 김 지사는 추사의 제자 우선 이상적에게 보낸 편지인 ‘세한도’ 발문을 낭독했다. ‘세한도’는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 유배시절 자신을 찾아주는 제자에 대한 보답으로 그린 작품이다. 김 지사는 7장의 공연 중 5장 ‘오래도록 잊지 않을 인연들- 세한도’에서 5분 정도 낭독과 연기를 선보였다. 공연을 끝낸 김 지사는 출연소감을 묻는 질문에 “기개 높은 선비의 삶을 살다 가신 추사 선생을 생각하면서, 권세와 이익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진정한 사람의 사랑을 인간관계의 깊은 믿음과 사랑을 통틀어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이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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