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보수계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화해. 협력정책을 비아냥대는 말이 ‘퍼주기’ 논란이다. 북에 막대한 돈을 ‘퍼주었더’니 개혁, 개방은커녕 그 돈으로 미사일과 핵무기를 만들었다고 비난한다. 여기서 남한이 지원한 것으로 원자탄을 만들었나 아니었나를 가리려는 것은 아니다. 우선 얼마나 퍼주었는지 알아보자.
김, 노 정부 10년에 북에 인도적 지원한 총액은 20억 달러라고 해당정부 두 통일장관은 말했다. 그 내역은 차관으로 지원한 식량, 무상 지원한 비료, 긴급구호와 민간단체/국제기구가 지원한 총액이었다. 그러니까 1년에 2억 달러 즉 남녘국민 한 사람이 4달러를 북에게 퍼준 셈이다. 미국식으로 하면 햄버거 하나를 준 것이다. 그러나 일부 보수언론은 현금지원만도 29억 달러라고 부풀려 보도했다. 반북정서의 국민들도 이에 따라 김, 노 대통령을 친북좌파라며 북에 퍼주는 대신 상호주의하며 경제 살릴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조선일보의 현금 29억 달러 제공에는 일반 및 위탁가공을 포함한 상업적 교역 18억 달러가 들어 있다. 상품을 사다 판 무역거래와 물건 만들어 달라고 주고받은 돈과 상품은 현금지원이 아니다. 그리고 남한사람들이 금강산, 개성에서 즐긴 관광요금 5.4억원, 개성공단 토지임대료와 북 노동자 임금 4,429만원, 사회문화교류 비용 4.8억까지 합한 11억 달러가 총 29 억 달러의 내역이었다. 지원과 거래는 구별되어야 한다. 심지어는 쌀과 비료 등 인도적 현물지원 40억 달러를 더해서 69억 달러를 북에 퍼주었다고도 주장했다. 이것이 남녘사회에 떠돌던 7조원 퍼주기의 정체였다.
여하튼 20억을 69억 달러로 늘려서 북에 퍼주었다는데 혹 우리가 퍼온 것은 있는지 살펴 보자. 따져보면 퍼 준 것도 퍼온 것도 결국은 남북 서로에게 도움 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먼저 6.15선언 이후 이산가족상봉 수가 1만 명 이상이었다.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가장 인륜적인 것이다. 현 정부출범 전 2007년 한 해에 남북을 왕래한 인원이 10만 명이 넘었고, 금강산관광 시작 뒤 150만 명이 다녀왔다. 동부와 서부에서는 휴전선 철조망을 뚫고 철도와 도로가 개통되어 금강산, 개성관광과 개성공단 출퇴근차량이 하루에 수백 대였다. 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북의 이런 변화를 개혁, 개방이 아니고 무엇이라 해야겠는가?
개성공단 120개 남한기업체에서 일하는 북녘근로자가 4만6천명으로 제품생산액은 년 3억 달러였고 남북간 교역도 10억 달러를 넘었었다, 이런 것은 63달러 저렴한 임금을 주고 남한기업들이 번 돈이다. 더구나 북이 중요한 군사시설을 철수하고 개성에도 금강산에도 남녘기업이 들어가 돈 벌게 땅 내주고 개방해 주었는데 이게 다 퍼온 것 아닌가? 북측 입장에서는 남한에게 더 퍼주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것이 상생, 공영, 공익과 유무상통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인적교류를 통해서 쌓인 신뢰는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커다란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이명박 정부출범 전에 <더 퍼주어야 할 퍼주기>를 썼다. 남측이 많이 퍼주면 남측이 북에서 더 많이 퍼오게 될 것이다.
2.개혁·개방은 왜 안 하는가?
북이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혁하며 개방하면 되는데 안 한다고 비난한다. 개혁은 그 나라 안에서 스스로 해야 하는데 이는 그 나라가 지향하는 바에 따라 할 것이다. 남한 국민 정서에는 안 보이는 것 같지만 남북협력 이래 북은 단계적으로 개혁을 해 왔고 지금도 해가고 있다. 허나 <우리식 사회주의>체제를 버리고 당장 자본주의로 개혁하라고 해서 받아 드리지는 않을 것이다. 소위 “잃어버린 10년” 동안의 화해, 협력과 교류시기에 북이 처음으로 보여준 변화는 모두 자신들이 시행한 개혁·개방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남한에선 북이 개방하면 체제가 붕괴될까 봐 못한다고 생각한다. 개방의 하나는 외부사람들이 북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남녘 사람들은 막연히 북은 전 공산권 이외의 국가들과는 수교가 안 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190여 유엔 회원국의 대부분과 수교 되어 있다.
수교 안 된 나라는 미국과 일본 정도이다. 유럽의 마지막 미수교국인 프랑스도 이제 수교 과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수교국들과는 서로 왕래하고 있다. 북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선별적으로 비자를 내 준다. 비자를 받은 사람들도 북에 들어가서는 제한된 지역에서 한정된 인민들과의 접촉만이 허락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쟁이 끝나지 않은 정전상태에 있는 군사시설을 보호하려는 이유도 또 주민들과의 접촉이 체제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에서 일 것이다. 허나 북을 적국으로 규정하고 있는 남녘에서도 6.15 선언 후 7년 동안에 수십만 명을 북에 들어오게 했고 많은 북녘사람들도 남에 왔었다.
개방의 다른 하나는 북녘사람들이 외국출입을 하는 것이다. 평양 왕복 비행기안의 여객들은 대부분 북녘사람들로 나라의 임무를 띠고 외국으로 나가는 사람들이다. 1970,80년대 남녘사람들의 외국나들이 보다 적은 숫자이다. 그러데 서방세계에 대한 개방의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 6.25전쟁 정전 이래 미국과는 아직도 전쟁상태에 있다.
북은 평화협정으로의 전환을 요구했지만 이루지 못했다. 미국은 북을 테러리스트 지원국으로 규정하고 북을 정치적으로 견제. 봉쇄해 왔었다. 핵이 없을 때도, 핵 의혹 있을 때도 지금도 관계정상화를 거부하고 있다. 북녘사람의 미국 입국은 제한되어 있지만 미국사람은 북에 갈수 있다. 하여 재미동포의 방문도 자유스럽다.
미국은 또 북과의 교역을 금지하고 경제적으로도 봉쇄해서 국제사회에서 차관도 얻을 수 없게 제재하고 있다. 이런 외부의 제재 속에서도 외세에 휘둘리지 않고 자주국가의 존엄을 지키며 자력갱생의 어려운 길을 걸어왔다. 한편 6.15선언이래 남북교류의 활성화로 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해 10.4합의까지 갔었다.
허나 지난 4년의 대북대결정책에 내몰린 북은 중국/러시아 등과 교역하면서 경제합작 개발을 시작하고 있다. 남과 북은 통일의 상대, 북과 미국은 적국, 남한은 미국과 동맹인 삼각관계가 개혁/개방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해.협력.교류 정책으로 북은 전에 없던 개혁/개방을 했었다. 다시 시작하면 서로 더 잘 할 것이다. 머뭇거릴 이유 없다. 조국의 남.북.재외동포 이렇게 통일연습을 하자.
* 글/ 오인동 필자는 현재 로스앤젤레스 인공관절연구원 원장, 6.15공동선언실천 미국위원회 공동위원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