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규의 맛있는 이야기 <어른이>
이흥규의 맛있는 이야기 <어른이>
‘어린이’라는 단어는 소파 방정환(1899~1931)선생이 1920년 어린 아동들도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는 취지로 만들었다. 방정환 선생은 일제 강점기 시절 독립운동가, 아동문화운동가, 어린이 교육인, 사회운동가이며 어린이날 창시자다.
요즘 우리사회에 ‘어른이’라는 단어가 널리 퍼지고 있다. 언제 누가 이 단어를 만들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무튼 어른이는 어린이 같은 맑고 깨끗한 심성을 가진 어른들을 지칭하는지 아니면 철이 덜든 어른들을 지칭하는 것인지 한 번 집고 넘어가야겠다.
조선 최고의 청백리였던 황희(1363~14452) 재상은 어느 날 둘째 아들 집을 갔더니 둘째 며느리가 삯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본 황희 재상은 버럭 화를 내면서 “예야! 네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우리보다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몫이지 우리가 하면 안 되는 일이야”라며 호통을 쳤다.
보통 시아버지 같으면 칭찬했을는지 몰라도 황희 재상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현명함과 냉철한 판단력으로 세종대왕이 가장 신임 받는 재상으로 세종대왕 치세기간 중 역대 영의정 중 최장수로 18년간 영의정에 재임하였는데 어쨌든 그 며느리가 바로 어른이의 표상인 것이다.
갑(甲)질 이라는 단어가 있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사람이 상대방에게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이래라저래라 하는 행동을 뜻한다. 직장생활에서 직장인들이 당하는 갑질은 상사로부터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시키는 대로 하라고 윽박지르기”라고 한다. 그리고 어느 조사에 따르면 최악의 갑질을 보면 “자기 아들 과학 숙제로 병아리의 탄생을 찍어오라고 해서 카메라를 들고 양계장까지 달려갔던 일” “퇴근했는데 불러내서 자기 술값 계산하라고 했던 일” “상사 부모 묘에 벌초까지 가야 했던 일’ 같은 황당한 갑질 등이 있었는데 모두 다 어른이 같은 생각을 가진 철이 덜든 어른들의 한심한 갑질이다.
올 7월 중국에서 고가의 슈퍼카인 포르쉐를 몰던 여성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다른 차 운전자의 뺨을 때렸는데 그녀는 앞차 때문에 유턴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여성은 차에서 내려 “거지같은 차를 몰면서 차량의 운행을 방해한다”며 폭력을 행사했다. 앞차 운전자는 중국의 저가 브랜드 차인 체리를 몰고 있었다고 한다. 이런 갑질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전철에서 내리는 사람이 다 내리고 난 다음 승차해야하는데도 불구하고 자신만 먼저 들어가겠다고 부득부득 애 쓰는 어른이. 전철에서 ‘쩍벌남“이라 불리는 중견 남자 어른이들. 어디 전철 안에서만 이런 어른이들이 있을까? 아들에게 대형교회를 세습하겠다는 성직자 어른이. 또한 우리 정치판을 한 번 보자. 참으로 한심한 어른이들이 너무 많다.
이제는 앞부분에서 언급했듯이 어린이 같은 맑고 깨끗한 심성을 가진 어른이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면서 혹시 나도 어른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잠시 주춤거려졌다. 글/ 이흥규(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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