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원의 시론
만날 수 없는 두 나라, 한국과 일본
남한과 북한의 인식차도 크지만, 한국과 일본의 인식차도 아주 크다. 이 두 차원에서의 인식의 차는 그야말로 모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순이라 함은 함께 만날 수 없음을 말한다. 창과 방패를 파는 사람이 자신이 파는 창은 모든 방패를 다 뚫을 수 있다고 하고, 자신의 방패는 그 어떤 창도 뚫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자신이 파는 창과 방패가 만난다면? 북한과 남한의 관계가 바로 이러한 모순의 상황이다. 한 쪽은 미국을 우방이라 여기고 다른 한 쪽은 침략자이자 제국주의자라고 하고, 한 쪽은 자본가를 수출을 통해 국가를 부강하게 한 원동력이라고 하고, 다른 한 쪽은 노동자를 착취하는 장본인이라고 한다. 한 쪽은 노동자가 억압받고 있어서 진정한 민주주의에서 멀다고 이야기 하고, 한 쪽은 노동자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독재라고 주장한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한 쪽은 독도가 원래 자기들의 땅인데 한국이 불법적으로 점유하고 있다고 하고, 한 쪽은 역사적 지리적으로 한국의 땅이며,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기에 자신의 땅이라고 한다. 한 쪽은 미개한 조선을 개화시켜 식민지로 만들어 근대화로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고 하고, 한 쪽은 조선을 강제적으로 병합해서 수탈해 갔다고 한다. 그래서 한 쪽은 8월15일이 해방의 날인데, 다른 한 쪽은 패망의 날로 기념되고 있다. 이 점에서 보면 한국과 일본은 만날 수가 없다. 한쪽의 기쁨이 다른 쪽의 슬픔이기 때문이다. 이 서로 다른 인식의 차이를 넘어 모순이 아니라, 같은 선상에서 만날 수 있는 지점이 가능할까? 똑같은 사태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 세상을 바라보는 의미론의 장이 달라지면 똑같은 사태라도 다른 관점에서 볼 수밖에 없고, 전혀 다른 사실이 된다는 것은 일상의 우리들의 언어게임에서도 잘 알 수 있는 사실들이다. 문학의 장르에서의 표현과 과학적 이론의 장에서의 표현은 그것이 똑같은 표현일지라도 그 의미하는 바는 완전히 달라지게 마련이다. 어떻게 공통의 의미론의 장에서 두 나라가 만날 수 있을까?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면 역사적 사실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우리는 그 모순의 시작점을 2차 대전의 주범인 독일과 일본이 패전이후에 선택한 역사인식과 그에 대한 반성의 태도에서 발견할 수 있다. 독일은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서 반성하고, 자선의 선조가 유대인에게 저지른 죄악에 용서를 빌며 무릎을 꿇었다. 빌리 브란트 총리의 무릎 끊은 모습은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독일은 지금도 엄청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것이 용서 받아야 할 사람의 태도이다.
일본은 어떠한가? 자신들의 죄악을 반성하기는커녕, 한반도의 땅의 일부를 자신들의 땅이라고 주장하면서 여전히 과거 조상들의 시선 곧 천황제의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수용하며 살아가고 있다. 종군 위안부 노예를 매춘부라고 매도하고,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면서 전범 조상들을 기념하며 이웃 국가들에 여전히 상처를 안겨 주고 있다. 역사를 제대로 알려주어,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포용력 있는 자세로 세계인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도리어 자신들의 과거를 미화하여 아이들의 의식을 조작하는 모습은 참으로 참담하다. 바로 이것이 모순의 핵심이다. 이러한 반성이 선행되지 않는 한, 즉 독일이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했던 그러한 의미론의 장이 형성되지 않는다면, 모순은 앞으로 지속될 것이며, 동북아의 긴장은 계속 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일본이 반성할 수 있도록 하려면, 두 가지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하나는 미국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계속해서 일본과 한국의 우익을 매개로 하여 중국과 긴장관계를 유도하는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이 일본우익으로 하여금 한반도를 비롯하여 중국을 자극하는 빌미를 제공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한국에서의 일본 제국주의 잔제 청산이다. 여전히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며 일본식 근대화를 마치 최선의 선택인양 미화하거나 이러한 관점에 입각하여,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를 적대적인 관계로 몰아가려는 정책은 진지하게 재고되어야 한다. 글/ 서기원 논설위원(의정부의료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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