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주 '우리가 원하는 지도자1'
요즘 우리가 원하는 지도자 1
'더러운 흙에 자라지만 물들지 아니한다'
주역(周易)은 시경(詩經)과 함께 중국 지식인의 필독서(必讀書)로 오경(五經) 의 하나이다. 그 주역의 효사(爻辭)에 ‘대인호변(大人虎變) 군자표변(君子豹變) 소인혁면(小人革面)’이라는 말이 있다. ‘군자표변’ 앞에 ‘대인호변’이라는 말이 나오고 뒤에는 ‘소인혁면’이 따른다. 이 말은 소인 위에 군자가 있고 군자 위에 대인이 있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가장 바람직한 현상은 맨 앞에는 ‘호변’이며 그 다음이 ‘표변’이고 ‘혁면’이 그 아래라는 것이다.
‘대인호변’은 호랑이가 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털을 갈고 가죽의 아름다움을 더하는 것처럼 천하를 혁신하여 세상의 폐해(弊害)가 제거되어 모든 것이 새로워짐을 뜻한다. 표범도 가을이 되면 털이 바뀌지만 호랑이의 그것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군자들이 혁명의 마무리 사업에 노력하여 구습을 버리고 과감하게 세상을 새롭게 바꾸는 것이 마치 가을에 새로 난 표범의 털처럼 아름답다는 뜻이다. 즉, 군자가 잘못을 고침에 있어 호랑이의 털처럼 선명하고 아름답게 변한 뚜렷한 태도로 선(善)으로 옮겨가는 행위가 아주 중요하고 빛난다는 것이다. 바로 지도자를 꿈꾸는 사람들은 변해야 할 때 과감히 변해서 새로운 시대와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고 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나라는 지금 이런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호랑이는 용맹하고 위엄이 있어 병을 막아주고 복의 기운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왔다. 또 꿈에 호랑이를 보면 관운이 트일 징조라고 하여 좋아했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매년 정초가 되면 호랑이와 용 그림을 대문이나 중문에 붙여 잡귀를 좇는 풍습도 있었다. 호랑이에 대한 두려움과 회화적 심리가 발동하여 신령을 숭배하는 민간신앙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구름은 용을 따르고 바람은 호랑이를 따른다’라는 말이나 ‘호랑이가 울부짖으면 골짜기에서 바람이 일어난다’라는 말도 있듯이 호랑이는 존경과 신망의 상징으로 예전부터 전해지고 있다.
이번에는 연꽃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 연꽃을 보며 옛 어른들은 ‘더러운 흙에 자라지만 물들지 아니한다’라고 했다. 즉 연꽃은 군자의 청빈과 고고함을 비유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중요한 것은 세상이 아무리 더럽고 추해도 지도자가 될 사람은 세상에 물들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배와 물은 서로 떨어져 있으면 아무 쓸모가 없는 존재들이다. 물이 없는 배를 상상해보자. 그런데 만일 그토록 친한 물이 배 안으로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몇 개월 안 남은 대통령선거에서 우리는 더러운 흙에 자라지만 물들지 않는 지도자, 그리고 아무리 친해도 절대 배 안에 물을 들이지 않는 지도자를 우리는 원하고 있다. 지도자의 가슴에 물이라는 세상과 타협하면 안 된다는 의미인 것이다. 아무튼 지도자 되기가 무척이나 힘든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 같다. 현성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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