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중대한 사건이 터졌다. 천안함 사건, 연평도 사건보다 그리고 일본 원전폭발보다 더 무섭고 잔인한 사건이 터졌다. 역사를 통틀어 뒤집어 봐도 이보다 더 큰 사건은 없다. 한 푼 두 푼 정성스레 저금한 돈을 은행이 강탈한 사건이다.
자연 재해는 막을 도리가 없이 당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 길가다가 뒤에서 차가 덮쳐 다리나 허리를 부러뜨려졌거나 강도한테 당했다거나 집안에 가족 중 누군가가 죽었다하더라도 분하고 억울하지만 운명으로 알고 당해준다. 잃으면 다시 얻고 빼앗기면 다시 찾고 다치면 울며 고치고 고통스럽다하더라도 참고 견디며 복구하려든다.
그런데 이 경우는 다르다. 천지간에 다른 곳은 몰라도 은행을 믿고 저금한 돈은 저금한대로 은행이 보장해 줘야 한다. 이것이 서민들의 희망이요 꿈이며 그것 때문에 살 의욕으로 하루하루 견디며 살기 때문이다.
도둑놈이 강도가 그랬다면 이해하겟지만 버젓하게 생긴 은행이 도둑놈이고 강도라니 이럴 수야 있겠는가? 게다가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하루벌이 노인들이나 몇 푼 저금해 놓고 감 빼먹듯 벌벌 떨며 돈 찾아 연명하는 힘없고, 빽(?)없는 사람들 대부분이다.
이 나라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자본주의 기치를 들었고, 세계 선진국 대열에 끼여 년 간 2만 달라니 3만 달라니 GNP를 자랑했고, 문화, 산업 경제 선진국으로 세계 사람으로부터 부러움을 샀다. 그런데 시장경제에 가장 중심에 서 있는 저축은행이 그것도 서민들의 저금을 강탈하다니 이는 국기를 흔드는 일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 터진 것이다.
부산 저축은행의 비리를 살펴보면, 영업 정지 당하기전에 돈을 미리 빼내어간 사람들이 그 돈을 지키는 사람들이었고, 이들에게 돈 받고 비리를 눈 감아 주거나 퇴출 정보를 흘리는 정부의 고위직 관료들을 어떻게 봐야하나? 필자는 경제 전문가가 아니기에 미리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나 역시 은행에 몇 푼 저금하고 살아가는 처지라 그간 방송 및 언론에 나온 상황들을 종합해 보면 이는 부산사건이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곳에서 벌어 질 수 있는 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실례로 ①그동안 믿었던 국제 결제 은행이 자기 자본 비율(BIS)도 금융 감독기관과 은행의 협잡 행위로 조작되었고, ②불과 몇 달 전 작성된 거짓 보고서에 부실 액수가 크지 않다고 기록되어 있으나 사건 발생 후 이보다 무려 60배가 넘는 부실이 밝혀졌고, ③더욱이 영업정지 이전에 도둑놈(은행 책임자)들은 돈을 이미 빼돌렸고, 전날에는 은행책임자의 친인척, VIP고객, 금융 감독기관과 지인들, 정치권과 관계있는 인사들이 돈을 빼가도록 공모했다.
그러나 정작 보호해야 할 서민에게는 후순위 채권도 예금자 보호가 되고 이자율이 높다라며 정기적금을 해약해 가입토록 권유 했으나 은행이 강제 매각이 되면 후순위 채권은 휴지 조각에 불과하므로 예금보호가 된다고 거짓 인쇄된 통장을 믿고 돈을 맡긴 시민들은 법적 보호를 받을 길이 없어지게 되었다.
또 최근 농협의 해킹도 은행의 비리와 버금가는 사건이다. 북한소행이라고 잠정결론을 내렸지만 장기간 우리에게 혼란을 주었고 원인을 찾기 위해 우왕좌왕하는 통에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일부 복구되지 않는 파일의 경우 농협 예금주들의 피해는 상당수 예금자가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니 도대체 말이 안 된다.
만약 예금원장이나 대출 원장이 모두 날아가는 사건이 발생한다면 눈앞이 캄캄한 최악의 사태가 되고 말 것이다. 이런 때도 부자와 연줄이 있는 사람들은 은행이 미리 정보를 알려주거나 은행 직원이 돈을 옮겨주는 서비스(?)를 해 주겠지만 힘없는 서민들은 이래저래 돈만 뜯기니 누굴 믿고 살아야 하나 하는 참담한 심정이다.
더욱이 시장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부산 저축 은행의 비극적 바이러스가 퍼져서 시장 자본주의를 파먹어 가면 은행을 믿지 못하는 시대가 오게 될 것이고 이는 나라도 망하게 된다는 것을 위정자들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무세중-시론
무세중(논설위원, 통일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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