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신묘년에는 안보불안 해소되길
냉전적 발상 버리고 대화유도, 6자회담 재개 주도권 잡아야
신묘년 신년벽두부터 한반도 주변국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보즈워즈 미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한, 중, 일 3국 방문하여 6자회담 재개를 타진했다. 중국은 6자회담 재개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고, 일본 외무상은 북, 일간에 대화가 가능한 환경 조성을 희망한다는 발언을 했다. 북한의 경우 신년사를 통해 남북사이의 대결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대화와 협력사업을 적극 추진시켜 나가자고 제의했다. 그럼에도 한국정부는 태연하기만 하다. 북한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먼저 보여줘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주장만을 되풀이 하고 있고, 세계가 주목하는 1월 19일 워싱턴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 극적인 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명박 정부는 대북정책에 관한 한 주변국의 움직임과 정 반대로 나가는 듯하다. 신년 특별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튼튼한 안보에 토대를 둔 평화정책과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하자”고 언급했다. 이러한 대통령의 의지 표명은 햇볕정책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남북교류와 협력 의지가 빠져 있다. 더구나 금년도 통일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북한의 변화 유도’를 위한 비핵평화, 대외개방, 민생우선의 3대 구상을 발표했다. 북한은 이러한 통일정책을 흡수통일론으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도 흡수통일 지향의 잘못된 신호라는 반응을 보였다. 대북정책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해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외교로 대단한 외교적 성과를 얻었다. 바로 한미동맹의 강화이다. 또한 ‘선(先) 남북대화 후(後) 6자회담’이라는 원칙을 한미간에 공유했다. 그러나 이런 성과 이면에는 한중관계 및 남북관계 악화와 결과적으로 한중일과 북중러 편가르기를 이뤘다. 한국 주도로 청산돼야 할 구시대적 냉전체제를 부활시키는 대단한 외교력을 발휘한 것이다.
그러나 탈냉전 시대의 국제정치란 그렇게 녹록치 만은 않다. 각국의 국익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탈냉전 시대이기 때문이다. 북한과 주변국은 분명 6자회담 재개를 원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적 차원의 핵비확산 정책을 위해 북한의 핵개발을 폐기시키고자 한다. 중국, 일본,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신년사도 경공업 발전을 통해 주민들의 생활향상을 이룩해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의 토대를 구축할 의지를 천명했다. 또한 한국에게는 6.15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존중하고, 대화와 협력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을 제의했다.
김정은 세습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도 경제적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년사를 발표한지 며칠 후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 형식으로 남북 당국간의 무조건적인 회담 개최를 제의했다.
지난 12월 20일에는 북한이 유엔 핵 사찰단의 복귀를 허용하기로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와 합의했고, 우라늄 농축 핵 연료봉을 외국으로 반출하는 것과 미사용 연료봉의 판매를 협의하는 데 동의했다는 CNN보도가 있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남북대화 제의와 함께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점을 확실히 한 것이다.
지난 5일 보즈워즈 대표와 정부 고위당국자간에 ‘선(先) 남북대화 후(後) 6자회담’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 북한의 진정성만을 탓하다가는 90년대 초 제1차 북핵위기 시 남북대화보다는 북미대화로 북핵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고, 결국 당시 경수로 건설비용 부담만을 우리가 떠 앉았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대한민국이 6자회담 재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남북대화에 임해야 한다. 대화를 통해 굴욕적인 평화를 얻자는 것이 아니다. 북한은 경제발전이 시급하다. 우리에겐 그들이 원하는 경제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남북관계의 이니셔티브를 쥘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북한을 이끌어가야 한다.
정부는 구시대의 냉전적 발상보다는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대북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신묘년에는 남북문제로 국민이 안보불안을 격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글/ 국회의원 문희상
지난 11일, 국회부의장을 역임하고, 국회 외교통일통상위원회 위원으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는 문희상 국회의원(의정부 갑구)이 자신의 홈페이지인 희망통신에 게재된 ‘신묘년에는 안보불안 해소되길’ 기원하는 글을 발췌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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