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9.0도의 대지진과 해일(쓰나미)을 TV를 통해 생생하게 일본을 초토화 하는 광경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10-20m 높이의 거센 파도가 물밀듯이 덮쳐와 온 해안 도시들을 쓸어버리는 쓰나미의 괴력은 마치 사나운 이빨들을 휘젓고 쳐들어오는 거대한 괴물 그 자체였다.
몇 백 톤의 배들, 기차와 집들, 수 백 대의 차들 그리고 고층 건물들이 떠돌다 꼬꾸라지고 쑤셔 박으며 가스 폭발로 이어져 화염에 쌓이고 이것이야말로 피땀 흘려 소중하게 키워낸 문명 따위는 가당치도 않은 생지옥을 연상케 했다.
그런데 13일에는 쓰나미가 가라앉은 듯 하더니 원전이 터지기 시작했다. 방사능 폭발과 함께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5개중에 2개가 그리고 그 다음날에 1개가 터지더니 나머지 4호 5호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지진과 해일은 그 엄청난 파괴와 손실을 주었어도 그리고 수 만 명이 사망 실존 되었더라도 그리고 수백회의 여진도 견디며 살아남은 자들은 그 악조건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믿었지만 방사능에 이어 핵폭발 가능성에 대한 공포는 벗어날 수 없을 정도로 사태는 극도로 악화되어 가는 듯하다.
우리의 신문은 대문짝만하게, 방송들은 시시각각 그 참변을 쉴 새 없이 보도하면서 제일 가까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염려 하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필자 또한 그에 관한 시론으로 애도의 글을 쓰며 공포의 심정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그러나 정작 참변을 당하고 있는 일본인들은 우리의 흥분된 입장과는 달리 잔혹한 공포 심리 속에서도 사재기 현상, 광분하여 저지르는 약탈도 없는 차분한 질서의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놀라운 대응 자세다.
피해 당사자들의 침착한 대응에 우리 신문들은 그들의 행위에 성숙한 시민 의식이라던가. 재난 앞에 의연한 일본인들이라던가. 질서 있는 일본인들이라고 격찬하는 것을 보고 또한 놀라웠다.
14일 그러니까 지진 발생 후 3일이 지나고 동경까지 방사능이 검출되고 전기 수도가 제한되고 극심한 여진이 계속되는 마당에 우리 한국에서는 대대적인 모금 운동이 벌어지고 온 나라가 일본의 참극에 비통해 하면서 온정의 물결이 넘쳐나기 시작 하였다. 마치 일본이 한국처럼 느껴지는 놀라움에 잠시 글을 멈추고 이번 대지진에 따른 놀라운 현상을 재음미 해보았다.
나는 1990년 11월 8일 지금으로부터 21년 전에 일본 동경 아사쿠사(?草)의 도끼와자 극장에서 <흑광(黑狂)>이라는 제목으로 나의 아내인 무나미와 함께 공연한 적이 있다. 1923년 9월 1일 일본에서 관동대진재(關東大震災)가 일어나자 순식간에 시지오카, 야마나시로 파급되고 도시는 삽시간에 불바다가 되고 해안에는 해일이 몰아쳐 수많은 건물이 쓰러지고 수십만의 인명이 부상당하는 피해를 입었다.
수도인 도쿄가 화재로 가옥의 3분의 2가 무너지고 불에 타서 18 시간 만에 초토화되자 일본 정부와 언론들은 재앙으로 인해 극도로 불안해진 일본인들이 폭동으로 일어날것을 우려하여 국민의 관심을 조선인과 사회주의자들에게로 돌리게 하려고 음모를 꾸몄다. 그리고 근거도 없이 조선인들이 방화와 폭동을 일으키고 부녀자를 겁탈하고 우물에 독약을 넣었다는 유언비어를 퍼트려서 대창과 칼로 조선인 7천여 명을 무참하게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던 것이다. 공연은 관동대지진때 행한 일본인들의 잔악함을 고발하고 무참하게 난도질당해 죽어간 조선인들 우리 선조들의 명복을 비는 내용이었다.
지진 때의 사회 혼란의 책임을 조선인에게 뒤집어 씌워서 학살했던 일본인들 . 90 여 년 전에 있었던 동경에서의 대지진뿐만 아니라 악의와 학살의 눈빛이 번뜩이며 조센징이라고 하면 개새끼만도 여기지 않았던 지난날 36년간의 일제 침략 시절에 비해 아직까지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한테 사과 한번 안하고 반성조차 없으며, 오히려 우리 땅 독도를 자기 영토로 간주하고 핏대를 올리고 그들 교과서에 실어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일본인들 , 지진 사태에 위안부 할머니들까지 도움의 모금 운동을 벌린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더욱 놀랄 일은 기독교 수장의 한 사람이 천벌이라고 하는 놀라운 발언에 놀라 자빠지는 한국의 여론이 지금 그런 얘기를 꺼내다니 부정적으로 여기는 또 하나의 놀라운 사건이 연속 발생 하였다.
2차 세계대전을 저질렀던 섬나라 일본이 태평양 한 복판 태평하게 잠자는 하와이를 공략하여 수많은 인명과 가미가제 돌격으로 대군함을 수장시킨 일본 제국주의와 군국주의의 기세등등한 일제 전쟁 요사들이 전 세계를 주름잡기위해 한반도를 침략하여 조선을 발판으로 삼아 소련을 무너트리고 중국을 제압하며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시아 태국 등 전 아시아 제국을 손아귀에 넣고 위풍 당당히 미국과 겨누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던 일본이 아니었던가.
그런 대일본이 외부의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연 재해로 아수라장이 되어 가는걸 보고 상상할 수도 없는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스스로 우리의 상황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핵을 함부로 남용하거나 다스리지 못하여 당하는 허망한 문명의 무너짐에 마음을 잃을 뿐이다.
일본 대지진 참사에 마음을 잃다
무세중(논설위원, 통일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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