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사람은 언제 행복하다고 느낄까? 부자가 되면? 자신이 원하던 소망이 이루어지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혹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면 행복하다고 느낄까?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경험에 입각해서 행복에 대한 다른 대답을 내놓는다.
그래서 행복에 대한 느낌들은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지구상의 거의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돈이 많은 것 혹은 물질의 풍요함을 행복의 척도로 간주하며 살아간다.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저마다 더 많이 버는 것, 더 많이 가지는 것을 행복의 지표로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실제의 통계를 보면 물질적인 풍요와 관계없이 경제지표는 가장 못사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세계 경제대국 1-2위의 나라에 사는 사람들보다도 훨씬 높다. 부탄이나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80퍼센트 정도가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고 있는 반면에, 국민소득이 높은 국가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현재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고 한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물질적 풍요가 행복하기 위한 절대적 조건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암묵적으로 이러한 전제하에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잘 산다는 것,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어떠한 것일까? 행복을 생각하면서 우리는 먼저 행복의 반대개념인 불행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역설적이게도 불행을 알아야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특이하게도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고, 모두가 다 행복한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도 정작 자신은 자신의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행복할 수 있도록 하는 불행의 비교가치가 없기 때문에 자신의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 지적으로 자신보다 못한 사람, 신체적으로 자신보다 건강하지 못한 사람을 보면서 비로소 행복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때로는 시간이 지난 뒤에 어떤 것의 부재와 결핍을 경험하면서 또는 타인의 비참함을 경험하면서 비로소 자신이 과거에 얼마나 행복 했었는가를 뒤늦게 깨닫게 되기도 한다.
우리는 언제나 이렇게 한발 늦어서야 비로소 행복을 느낄 수밖에는 없을까? 그리고 우리는 언제나 남의 불행을 보고 나보다 처지가 좋지 못한 사람을 보아야 비로소 행복을 느낄 수밖에 없을까? 과연 이렇게 행복을 느끼는 것이 정당할까? 진정 우리는 남의 슬픔이나 고통이라는 비교가 있어야만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존재일까?
사실 사람들은 신체적으로 부자유한 사람을 보면서 자신의 건강을 확인하고는 행복해 하기도 한다. 내가 아파도 나보다 더 아픈 사람을 보면 위로를 받고 그래도 그나마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이 사람들의 마음이다. 실제로 슬픔을 당한 사람을 위로할 때에는 이보다 더 좋은 위로의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람들은 더 악화된 상황, 더 나쁜 상황에 가정하거나 비교하면서 자신의 현재를 위로받고 스스로 행복해지는 것이다. 윤리적으로 생각하면 이러한 태도는 정말 이기적인 마음, 못된 마음이다. 그러나 과연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을 전제하지 않고 날마다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 수 있을까? 지금 자기에게 주어진 행복이 불행과 비교되지 않으면 행복으로 여길 수 있을까? 만약 이렇게 된다면 문제는 비교당하는 그 사람은 나에 의해서 불행한 사람으로 간주된다.
본인 스스로는 행복함에도 불구하고 타인에 의해서 불행한 사람으로 간주된다. 이것은 엄밀하게 말해서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남의 불행을 살펴야 하는 이기주의적 행복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 경험하지 않을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남의 고통이나 불행 이든 혹은 나의 고통이나 불행이든 고통과 불행의 가능성이 없다면 우리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서구인들은 시계를 가졌고, 아프리카인들은 시간을 가졌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시계를 가진 것을 행복으로 여기며 더 많은 시간을 갖기 위해 시계의 노예가 되어 시간을 잃어버리며 살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란 시계를 통해서가 아니라, 자존감을 가지고 현재 주어진 자신만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며 자신만의 것을 향유 할 줄 아는 자의 것이다. 바로 이러한 시간을 사는 사람의 자존감에서 진정한 행복이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 행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존감이다. 경제적 부요함, 건강함, 부족함이 없는 완벽한 상태가 행복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결핍과 부재 그리고 남들이 다 피하려고 하는 고통과 장애의 한 가운데 있어도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누군가의 덕분에 살고 있고 또 누군가를 위해 살아가며 지금 나에게 주어진 현재의 이 일은 나만이 할 수 있다는 자존감이 나를 든든하게 뒷받침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서기원-생각해봅시다
서기원(논설위원, 의정부의료원 원목)
|
|
[ Copyrights © 2010 북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