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플러스/ 북한 싫어하며 통일을 반대하는 20-30대들에게
저는 1990년대부터 대학에서 북한과 통일에 관해 강의하며 먹고 살아왔는데, 2010년 전후로 북한에 반감 갖고 통일을 반대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걸 지켜봤습니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살, 2010년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2013년 김정은 고모부 처형, 2017년 김정은 이복형 암살, 그리고 연이은 핵무기와 미사일 시험 등에 영향 받았겠죠. 언론의 편파 왜곡 보도 탓이 더 클 테고요. 이유야 어쨌든 북한이 맘에 안 드는 언행을 많이 저질러 왔습니다.
그렇다고 멸공이나 선제타격은 절대 불가능합니다. 혹시 가능하더라도 너무 위험하고 끔찍한 일이기에 상상조차 하면 안 되고요. 바로 전쟁 터지는 거그든요. 젊은이들 중엔 까짓것 한 판 붙으면 될 것 아니냐고 하는데, 남북 양쪽 첨단무기를 엄청 갖고 있는 터에 한 판 붙으면 모두 죽는 거죠. 젊은이든 늙은이든, 남자든 여자든, 휴전선 근처 경기도, 강원도 사람이든 멀리 떨어진 전라도 경상도 주민이든. 화끈함이 전쟁 부르는 거 끔찍합니다.
죽더라도 왜 불가능하냐고요? 첫째, 전쟁 원하는 대통령 들어서도 남한군대 작전통제권을 미국이 갖고 있어 선제타격 명령 내리지 ‘못’합니다. 미국 대통령에게 부탁한다고요? 그는 주한미군 포함 한국 내 미국인들 죽을까 봐 ‘안’ 합니다. 설사 미국 허락받아도 선제타격 못 해요.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한두 개 갖고 있고 그게 어디 있는지 확실히 알면, 전쟁 불사하며 선제타격으로 없앨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북한이 핵미사일 어디에 얼마나 갖고 있는지 남한이든 미국이든 정확히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한두 곳 선제타격해요? 다른 곳으로부터 불 바가지 쓸 텐데. 핵미사일 없애도 아무 미사일로나 남한 원자력발전소 폭파하면 방사능 유출로 핵무기 터지는 거나 다름없고요.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대로, 멸공과 선제타격 외치는 건 너무 무지하고 너무 무모한 겁니다.
더구나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터진 걸 보면서도. 북한 봉쇄하고 제재해 붕괴로 이끌자는 사람도 많더군요. 1990년대 초부터 북한 붕괴론 나왔지만 30년 지나도록 북한 싫어하는 사람들 희망 사항일 뿐입니다. 미국이 1950년대 한국전쟁 직후부터 70년 계속 제재해 왔지만. 미국CIA가 김정은 암살해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무너지는 건 아닙니다. 남한 이승만 정권이1960년 4월 혁명으로, 장면 정권이 1961년 5.16쿠데타로, 박정희 정권이 1979년 총맞고, 박근혜 정권이 2017년 탄핵으로 붕괴됐어도, 대한민국이 무너지지 않았듯. 만에 하나 북한이 무너져도 남한에 고이 흡수되기보다 중국이 개입하거나 전쟁 터질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북한이 붕괴되지도 않지만, 무너져도 우리에게 좋을 게 없다는 말이지요. 북한 좋아서가 아니고 김정은 예뻐서도 아니라, 우리 안전을 위해 북한 붕괴되면 안 됩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약점 잡히거나 친북 또는 공산주의에 물들어 북한정권에 끌려 다닌다고요?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한다고 남한이 미국과 군사훈련 강화하며 싸드 추가 배치하면 북한은 더 강력한 핵미사일 시험하겠지요.
북한에게 욕 한 마디 건네면 두 마디 되돌려 받을테고요. 맘에 안 들어도 어르고 달래면서 돈 안 쓰고 전쟁 가능성 낮추는 게 바람직하지, 밉다고 비난하면서 훈련 강화하고 싸드 추가배치하며 천문학적 경비 들여 전쟁으로 치닫는 게 좋겠어요? 한 판 붙으면 양쪽 다 죽는다니까요. 젊은이들 혈기왕성 기분에 맞춰 김정은 버르장머리 고치겠다고 큰소리치는데, 2017년 핵무기 왕창 가진 미국 트럼프조차 김정은과 말 폭탄 주고받다 물러섰잖아요. 무식하고 무모하며 화끈한 허풍이 온 국민을 개죽음으로 내몰 것 같아 소름 끼칩니다.
북한은 아무리 미워도 언젠간 더불어 살아야 할 형제 동포입니다. 수천 년 함께 살다 미국과 소련에 의해 분단돼 70-80년 헤어져 지내며 다투고 있는 건데 한 핏줄끼리 영원히 원수로 지낼 수 없잖아요. 미국이나 일본은 아무리 좋아도 언젠가는 멀어지거나 헤어져야 할 남들이고요. 두 나라 다 과거엔 우리에게 얼마나 못된 짓 많이 했어요? 침략도 하고 전쟁도 일으키면서. 지난 선거판 보면, 이쪽에서나 저쪽에서나 적이었다가 동지가 되고 동지였다가 적이 되는데, 국가 간에는 더 많이 더 자주 그렇습니다.
북한이 백년 이백년 영원한 적일 수 없다는 말이지요. 참고로, 남한은 북한을 주적으로 여기지만, 북한은 남한 아니라 미국을 주적으로 삼고 있다는 것도 알면 좋겠군요. 남북이 분단돼있어서 전쟁 가능성이 사라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통일로 나아가는 게 바람직하고요. 전쟁만 하지 않는다면 그냥 남남으로 지내는 것도 괜찮겠지만, 통일하는 게 훨씬 좋지요. 젊은이들이 통일에 무관심하거나 반대하는 건 통일의 방법이나 과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통일 반대하는 이유가 크게 두 가지더군요. 첫째, 우리도 살기 어려워 취업, 결혼, 출산 포기하는데, 통일되면 북한 거지 떼 먹여살려야 하니 세금 훨씬 더 많이 내야 한다는 거죠. 둘째, 70년 넘게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에서 살아왔는데, 하나로 합치면 엄청난 사회 혼란과 갈등 생긴다는 거고요. 이는 통일정책을 전혀 몰라 이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우리 통일정책은 1-2년 서둘러 통일하자는 게 아니라, 30-40년 화해하고 협력하면서 점진적으로 통일하는 거예요. 천문학적 경비나 엄청난 사회 혼란 이유가 없는 거죠. 흔히 ‘진보’나 ‘친북’으로 불리는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만든 정책이 아니라 지금 국힘당의 노태우-김영삼 정부가 만들었다는 걸 모르고 있는 겁니다. 왜곡된 언론과 잘못된 교육 때문에.
거듭 강조합니다. 북한 밉다고 적대감이나 증오심 갖고 싸드 추가배치하며 군비경쟁하면 전쟁으로 치닫게 되고, 미워도 좀 참고 어르고 달래며 핵미사일 시험하거나 사용할 필요 없게 이끌면 돈 안 들이고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게 됩니다. 글/ 이재봉 교수(원광대 평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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