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분도 되면 도청은 어디로?
“분도 이후의 경기북도청을 유치하려면 도시경쟁력을 강화하고 도시 규모와 품격을 높여야”
우리나라 지방자치법 제5조는 지방자치단체의 명칭과 구역에 관한 규정이다. 같은 제1항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를 폐지하거나 설치하거나 나누거나 합칠 때, 즉 폐치분합(廢置分合)은 법률로 정한다. 광역이든 기초든 마찬가지다. 다만 관계 지방의회의 의견을 듣거나, 또는 주민투표를 거쳐야한다. 주민투표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건 아니다. 국회가 입법하면 주민투표없이 지방자치단체 폐치분합이 가능하다.
제22대 국회의원 총선 과정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경기북부특별자치도설치론과 국민의힘 한동훈 위원장의 서울메가시티론 간의 격렬한 파열음이 들린다. 김지사는 정부에 경기북도 설치를 위한 주민투표실시를 요구한다. 한 위원장은 경기도 분도와 서울 메가시티의 국회 원샷처리를 말한다. 경기북부주민 입장에서는 엇비슷한 이야기인 것처럼 들린다. 정치권의 공방이 심해지면 쉬운 문제도 어려워진다. 정치인들한테는 지방자치단체의 신설, 편입이 풀기어려운 난제다.
청주시는 1946년도에 청주군에서 청주읍이 ‘청주부'로 독립한 도시다. 청주군에서 청주읍이 떨어져나간 지역은 '청원군'이 되었다. 지금의 청주시는 청원군과 통합하여 재탄생한 도시다. 청주시와 청원군은 1946년까지 한 뿌리였음에도 통합과정에서 산고를 겪었다. 1990년대 초반부터 두 도시는 통합을 위해 3차례 의견수렴과 주민투표를 시행했으나 청원군 반대로 실패했다. 청원군 주민들은 고유한 지역 정체성 상실, 행정서비스 소외 등을 우려해서 반대했다. 청주시는 세 번의 좌절을 겪고도 통합을 포기하지 않았다. 청주 청원 시내버스 요금단일화 조기실시 등의 20년간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2012년 네번째 논의때 극적으로 통합에 성공했다. 2014년 통합 청주시는 78.6%의 주민 지지하에 출범하였다. 그 이후 청주시는 쑥쑥 커나갔다. 출생율감소에 따른 지방소멸위기에도 불구하고 인구가 늘고 있다. 2020년 지역내 총생산(GRDP)은 34조원로 수원시의 33조원를 넘었다. 청주시는 명실상부한 중부권 핵심도시다.
경기북부지역의 한가운데 의정부시와 양주시가 자리잡고 있다. 의정부시는 1963년 경기도 양주군의 의정부읍을 떼어내 독립시킨 도시다. 얼마전까지도 양주군 청사가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 옆에 있었을 만큼 밀접한 관계다. 의정부시, 양주시도 통합시도를 한 한적이 있다. 청주시 청원군이 통합되던 그 무렵이다. 정부 당국에 통합건의를 냈다. 양 도시 공무원들도 도시통합에 찬성하는 쪽이었다. 시민단체들의 통합 추진 노력도 있었지만 실패했다. 양주의 주민들은 유서 깊은 도시명이 사라지는걸 우려했다. 양주에 혐오시설이 집중배치되는 걸 의심했다. 논의는 진전없이 끝났다. 청주시와 청원군과는 판이하게 합리적인 대안 제시도 없이 세월만 지났다.
경기도는 비대하다. 경기북도설치는 경기북부 주민들한테 커다란 숙제다. 지난 30년간 선거때마다 등장했지만 정치인들에게 속은 세월이었다. 꿈속에서 갈비 뜯다 문득 깨어난 형국이었다. 2024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주도하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이름 공모에 5만 건의 제안이 들어왔다. 서울고등법원 경기북부(의정부) 원외재판부설치 소식도 들려왔다. 제22대 국회의원 총선에서도 정치권이 경쟁하듯 공약을 낸다. 국민의 힘은 국회 개원후 경기북도 설치법안을 최우선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북도 분도가 가시화되는 느낌이다.
경기도 분도 논의에서는 숨겨진 논제가 하나 있다. 경기북도 도청소재지 문제다. 경기북도가 독립되면 도청은 어디로 가게될까. 지리적인 중심인 의정부나 양주가 도청소재지로 될까. 의정부나 양주는 경기북부 지역내 위상이 높지 않다. 인구는 의정부시 45만명, 양주시 25만명이다. 2020년 지역내 총생산은 각각 7조원 정도로 경기도 최하위권이다. 반변 경쟁상대는 막강하다. 지역 최대도시는 인구 100만명의 고양시다. 고양시 지역내 총생산규모는 2020년 21조원이다. 분도찬성의 전제조건으로 도청유치를 내걸었다. 경기동부의 남양주시도 있다. 남양주시 인구는 75만명에 이르고, 지역내 총생산은 2020년 12조원을 넘었다.
의정부시나 양주시가 분도 이후의 경기북도청을 유치하려면 도시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도시 규모와 품격도 높여야한다. 도시통합이 지름길이다. 통합해야 인구 70만명 넘는 중견도시가 된다. 의정부시, 양주시는 중단된 통합논의를 재개해야 한다. 청주시와 청원군 통합을 반면교사로 삼아야한다. 두 도시가 통합되면 신설될 경기북도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글/ 이임성 변호사(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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