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없는, 동행(同行)
동행 없는, 동행(同行)
동행 없는, 동행(同行)
동행 없는, 동행(同行)
2012년 첫해가 밝았다. 지난해 12월은 온통 김정일 사망이 뉴스의 쟁점으로 부각됐고, 김정일 사후 남북관계와 주변국의 힘의 역학관계가 초미에 관심사로 떠올랐다. 최전방 고지에는 비상경계 태세를 갖추며 긴장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2012년 동행 없는 동행여행을 떠났다.
오후 2시, 신문사에서 나오자 하늘은 잔뜩 어두움을 머물고 있었고, 매서운 휘오리 바람과 만만치 않은 추위는 옷 속까지 파고들었다.
오는 1월 18일 개통을 목표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인 의정부역에서 소요산행 열차를 탔다. 오전5시54분(주말5시43분) 첫 출발하여 오후11시50분(주말11시34분)까지 매시간 2-3편이 운행되고 있는 소요산행 열차는 평범한 일상의 사람들, 몇몇 등산객과 외출 나온 미군들을 싣고 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열차 안에서 통일문화재단과 북경기신문이 공동으로 발표한 올해의 아젠다가 떠올랐다.
오늘 달리는 열차가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종단철도(TKR)가 되고 이는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연결하여 의정부역에서 프랑스 파리, 독일의 함브르크 가는 열차터미널을 만들자는 것이다.
더욱이 이명박 대통령도 언급한 러시아 가스 한국공급사업도 러시아가 발 벗고 나서 북한통과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고, 가스관 공사 시 철도 연결을 동시에 하면 동북아 평화에 일조하고, 우리나라 신(新)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 되므로 이념의 이데올르기로 인해 희생당한 북경기지역이 새로운 희망의 땅이 되길 기도해 본다.
1호선 열차는 30여분 만에 종착역인 소요산역에 도착했다. 원래 경원선은 신탄리까지 운행했으나 지난해 7월 폭우로 철교가 떠내려가는 바람에 38선 여기서부터는 버스로 갈아타야 했다.
그러나 나는 초성리 간이역을 보기 위해 걸어서 가기로 했다. 작년에는 눈이 많이 내려 차도를 이용해야 했으나 올해는 눈이 조금 내려 걷기에는 불편이 없었다. 어려움이 있다면 매서운 추위와 바람이 걷는 발목을 잡는다.
1시간쯤 걸어 초성리역에 도착하니 작은 간이역이 정겹게 나그네를 반겨준다. 초성리역은 6·25전쟁 중인 1951년 12월 30일 영업을 개시했다.
당시 초성리역은 분단선인 38도선인 한탄강을 지척에 두었으므로 38선 이남으로는 최북단역인 셈이다.
인적이 끊긴 초성리역 대합실 문에는 철도운행이 중단 됐다는 안내 문구가 덩그러니 붙어 있었다.
초성리역에는 역무원 3명이 근무하고 있고, 휴일에는 1명만 근무 한다고 한다. 통근용 열차는 중단 됐지만 시멘트(벌크) 수송용 열차는 1일 1-2차례 다닌다고 설명한다. 나는 철도 공사 진척상황이 보고 싶어 역무원의 안내를 받으며 끊어진 철도까지 걸었다. 올해 2월 개통 한다지만 교각만 세워진 현재 상태에서 가능할까? 걱정이 된다.
신탄리를 가기위해 큰길가로 나오는데 매서운 추위에도 봄 향기를 내는 야생화 전문 비닐하우스가 눈에 띄었다.
바위에 붙어산다는 ‘제주 털 진달래’ ‘제주 까마삭’ ‘싸리꽃’ 등과 이름 모를 꽃들이 나그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곳에서 송맹자(67세)를 만났다.
“노후를 위해 시작했는데 어느덧 20년 됐습니다. 대형 비닐하우스 3동에 1억원어치 이상의 희귀 야생화를 키웠는데 지난여름 홍수로 다 떠내려가고 보상은 비닐하우스 값도 안 되는 300여만원 받았다”고 한 숨 지었다.
초성리 삼거리에서 버스를 탔다. 귀대하는 군인들이 절반은 된다. 몇 정류장 가다 부천이 고향인 이범수상병(22세) 옆자리에 앉았다.
전곡역-신탄리행 열차도 다니지 않아 신탄리 철도 종단역으로 가려면 이 버스로 계속 가야한다는 것이다.
뜻하지 않는 동행이 생겼다. “올해의 바람은 무사고로 제대하는 것이다” “저녁시간이지만 많이 먹고 들어가 저녁을 먹지 않을 것이다” “최근의 북한 정세는 우리에게 긴장감을 주고 있다”며 신세대답게 자신의 소신을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오후5시40분쯤 목적지인 신탄리역에 도착했다. 역 앞에는 철원으로 가는 마을버스가 사람을 기다 릴 뿐 사람은 보이질 않는다.
신탄리역에서 철로를 따라 종단점으로 향했다. 여기서 금강산까지는 125Km, 원산은 131.7Km, 두만강은 757.2Km다.
아무도 없고 어둠이 찾아오는 스산한 겨울 철길, 큰 성전에 기도하러 들어가는 느낌이다. 왠지 숙연해 지며, 뭔가 가슴을 억 누르고 있는 느낌이다.
아마도 이 철도가 분단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기에 그런가 보다. 2012년 세계는 급변하고 있다. 오늘의 이 아픔이 대륙을 달리는 날을 희망하는 성장통이기를 기대하며 2012년 동행의 여정을 마친다.
(사진설명) 1)대륙철도가 되기를 꿈꾸며 의정부역으로 들어오는 열차 2)눈 쌓인 초성리역 3)홍수로 끊어진 철로 복구현장 4)봄을 준비하는 야생화 5)신탄리역에 정지한 경원선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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