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독재의 종말
여왕독재의 종말
요즘 밝혀지고 있는 박근혜+최순실의 국정 농단에 거의 온 국민이 참담해하고 분노한다. 난 여왕독재의 종말에 벅차고 안심하게 된다. 특히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박근혜의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어렵게 됐다. 그녀는 아버지 박정희의 친일과 쿠데타 그리고 독재를 정당화하고 미화하기 위해 역사를 왜곡하는 범죄를 저질러왔다. 아직 곡학아세하는 부역자들이 남아있기에 방심은 금물이다.
둘째, 박근혜의 폭정과 실정이 끝나게 됐다. 그녀는 이석기를 잡아가고 통진당을 해산했다. 전교조를 법외노조라고 내쳤다. 민주노총을 폭력 데모한다고 가두었다. 경찰에 숨진 백남기를 끝까지 괴롭히며 모독했다. 그녀가 이끌어온 새누리당의 재집권이 어렵게 된 건 더 큰 다행이다. 물론 눈꼴사납게 온갖 억지와 횡포를 부려온 ‘친박’들이 여전히 그녀 곁에서 어떤 모의를 꾸미고 있을지 모르지만.
셋째, 박근혜의 고고도미사일방어망 (THAAD) 배치 밀어붙이기가 물 건너가게 됐다. 싸드는 미국이 1980년대에 소련의 미사일을 우주에서 요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다. 2000년대부터는 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구실로 급속하게 떠오르며 패권을 넘보려는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기 위한 것이란 말이다. 미국이 무너지는 정부를 통해 무슨 짓을 할지 경계해야 한다.
넷째, 박근혜가 전쟁을 부추기지 못하게 됐다. 그녀는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로부터 우병우와 최순실 문제까지 겹겹이 쌓여온 횡포와 무능 그리고 부패와 비리에서 탈출하기 위해 북한을 자극하며 전쟁으로 이끄는 듯했다. 독재자들이 국내정치로 위기를 맞을 경우 전쟁을 비롯한 대외정책을 통해 탈출구를 찾는 것은 흔한 일이다. 남쪽의 여왕독재와 북쪽의 수령독재가 맞부딪치는 게 너무 위험했는데 천만다행이다. 내가 흐뭇하고 뿌듯하며 안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모든 게 아직 완전히 끝나진 않았다. 이 글을 쓰는 11월 3일까지 박근혜는 사과 같은 변명만 내놓은 채 물러나지 않고 있고, 이토록 추한 권력에라도 빌붙으려는 모리배들은 넘친다. ‘거국 내각’이든 ‘책임 총리’든 그녀가 주도하는 것은 하야와 탄핵의 외침을 잠재워보려는 꼼수일 뿐이다. 내치는 포기하고 외교와 안보만 맡겠다는 희망사항은 더욱 위험한 일이다. 혼이 비정상인 그녀의 무능과 비리는 이미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지 않았는가.
박근혜가 물러나는 길밖엔 없다. 좋게 말해 ‘하야’다. 스스로 떠나지 않으면 쫓아내야 한다. 다시 말해 ‘탄핵’이다. 그 대신 퇴로를 열어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오기와 독기는 어떠한 끔찍한 일도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를 감옥에 보내지 않는 것은 국민 정서에 어긋나겠지만 더 이상 사고 치기 전에 조용히 떠나도록 배려해주는 관용도 필요할 것 같다.
우리는 4년간의 여왕독재를 통해 대통령제의 폐해를 실감했다. 제도보다 사람이 문제지만 커다란 교훈을 얻었다. 헌법을 고쳐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불순한 의도로 헌법 개정을 주장했던 박근혜가 떠난 뒤에 말이다. 원래 대통령제는 1770-80년대 미국이 독립 전후 영국 왕의 독재를 지켜보며 고안한 것이다. 강력한 통치력은 갖되 폭군으로 치닫지 못하게 의회의 견제를 받도록 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오용되고 악용됐다. 이승만은 임기를 늘리다 쫓겨났고, 박정희는 영구집권을 꾀하다 총 맞아 죽었으며, 박근혜는 여왕독재를 펼치다 주어진 임기조차 채우지 못하게 됐다. 이제 새로운 대통령도 잘 뽑아야 하고 새로운 헌법도 잘 마련할 수 있도록 세심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글/ 이재봉 교수(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
*본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룰 수 있습니다.
|
|
[ Copyrights © 2010 북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