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훈 作 ‘부산상회(釜山商會)6’
북경기신문 창간11주년 기념 ‘방영훈 미공개 소설’ 연재
방영훈 作 ‘부산상회(釜山商會)6’
(지난호 계속) 순간 마실은 호박이 제 아비를 찾으면 곡마단으로 다시 갈 거라는 생각을 버렸다. 아무에게도 또 누구에게도 사실을 밝힌다는 것이 그저 끔찍한 악몽을 되새김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으로 마실은 호박을 업은 채 다시 양주로 돌아왔다. 그리고 또 1년을 넘겼다. 남자의 노모는 그런 마실을 친 며느리 대하듯 했지만 마음이 여전히 편치만은 않았다. 그런데 돌연 이웃의 한 남자가 징용에서 돌아왔다. 중국 해남도에 근무했다고 했다. “석남이는 나와 하얼빈으로 왔다 갈렸어요.
나는 남으로 내려왔고 그 친구는 산둥반도로 가서 배를 탄다고 했지요. 아마 필리핀이나 홍콩 그 지역으로 간 듯 싶어요” 그런 어느 날이었다. 석남의 친구가 그녀를 찾아왔다. 어느 덧 양주생활 3년째 들어선 봄날이었다. “옛 동료를 우연찮게 의정부서 만났는데 석남이와 한 부대에 배속됐다는 친구를 부산서 봤다네요. 부산 도떼기시장 말이에요” 그길로 짐을 꾸렸다. 석남의 생사라도 확인해야 할 것 같았다. 어쩌면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밤잠을 설쳐가며 밤기차를 타고 부산역에 당도했다.
호박은 어느새 5살이 다 되었고 그간 양주서 생활하는 틈틈이 가르킨 북치는 솜씨가 어른 못지않았다. 그러나 막연하기만 했다. 석남의 동료 이름 석자는 알아왔지만 얼굴조차 모른터에 답답한 시간만 흘렀다. 징용 갔다 온 사람들 중심으로 수소문을 하고 다니던 마실은 마침내 시장 노상에서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 그렇게 자신을 알리면서 징용 갔다 온 사람을 중심으로 탐문조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 의정부역에서 마실을 잃어버린 덕팔은 눈이 뒤집혔다. 마실이 북으로 가는 기차와 함께 사라진 후 곡마단 식구들을 먼저 내려 보낸 그는 며칠을 더 인근을 뒤졌지만 그녀의 그림자도 찾아내지 못했다. 곡마단으로 돌아온 후에도 일이 손에 잡히지를 않았다. 그의 특기는 그네뛰기였다. 고향인 영암 월출산 자락의 암벽을 맨 손으로도 제 집처럼 오르내리던 그가 우연찮게 무예를 익히던 중 동네에 들린 곡마단을 보고는 반해 버린 것이다.
집안에서는 형제가 워낙 많아 제 밥 한 그릇 찾아먹기도 힘들었다. 곡마단에서 그네타기를 익혔다. 천정에 매달린 그네를 타고 공중제비를 돌아 다시 돌아 나오는 그네봉을 잡는 찰나 짜릿하면서도 온 몸에 희열이 올랐다. 그런 그를 보는 사람들의 손에 땀이 배이고 그때마다 사람들이 환호를 질러댄다. 그렇게 지내던 중 마실이 등장한 것이다. 그녀는 그를 ‘오빠’라 부르며 따랐고 마실의 나이 열여섯 되던 해 스물살 청년이 된 덕팔은 처음 그녀에게서 여자를 느꼈다.
“내 너한테 장가들어야겠다.” “오빠 왜그래, 징그러워”하던 마실이었다. 엉덩이가 커지면서 소리도 달라졌다. 때로는 청량하고 더러는 허스키한 음색이 묻어나오면서 몸 전체에 색기가 배어나온다. 그런 마실을 곁에 두고 밤마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런 어느 날, 한 청년이 등장하더니 마실의 마음을 빼앗아가 버렸다. 덕팔은 욕정과 질투로 몸이 타들어가는 듯 했다. 그래서 곡마단 단장에게 빨리 양주를 벗어나자고 다그쳤는데 정작 곡마단 천막을 걷자마자 마실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곡마단으로 돌아와서도 마음을 잡을 수 없었다. 그런 그가 돌연 그네뛰기를 하다 공중에서 떨어지는 일이 벌어진다. 마주 오는 나무봉을 놓쳐버린 것이다. 이때부터 그네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결국 마음을 다잡지 못한 그가 고향으로 돌아와 집안일을 거들고 있을 즈음 일본인 순사가 곡물세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늙은 아비를 구타하는 일이 생겼다. 그냥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 얼마나 두들겨팼는지 놈의 입에서 붉은 피가 뿜어져 나올 때에야 비로소 주먹이 멈추었다.
체증이 다 내려가는 듯 했지만 그는 그 길로 산길을 타고 부산으로 줄행랑을 친 것이었다. “그런데 형님, 내가 우연찮게 도떼기시장서 노래하는 여자가 있단 얘기를 들었당게로. 기대도 않했어~. 뭔 그런 우연이 있을라고 하면시로. 그냥 들러본다고 갔당게. 그런데 어마, 멀리서 노래가락이 흘러나와쌌는디 딱 듣던 그 소리여, 소리가. 이 가슴이 그 자리서 방망이질을 치는디 아이고마 어쩔거나이. 내가 그 자리서 콱 죽는.....
(다음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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